저도 처음엔 스쿼트만 열심히 하면 온몸이 커질 거라고 믿었습니다. 하체 운동 후 몸이 뜨거워지고 펌핑이 강하게 오면 "지금 성장호르몬이 터지고 있다"는 확신을 가졌을 정도였으니까요. 그런데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달랐고, 공부를 거듭할수록 제가 믿었던 상식이 꽤 많이 틀려 있었습니다. 운동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 근성장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쌓이고 있습니다.
급성 호르몬 반응, 실제로는 얼마나 근육에 닿을까
운동을 시작할 때 누구나 한 번쯤 듣는 말이 있습니다. "큰 근육을 쓰는 운동을 해야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나온다"는 이야기입니다. 실제로 스쿼트 같은 고강도 복합 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최대 60%까지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, 데드리프트나 벤치프레스처럼 여러 관절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다관절 운동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논문도 적지 않습니다. 저도 이 내용을 접하고 나서 한동안 레그프레스 대신 스쿼트만 고집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.
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개념이 바로 급성 호르몬 반응(Acute Hormonal Response)입니다. 급성 호르몬 반응이란, 운동 직후 일시적으로 혈중 호르몬 농도가 치솟았다가 빠르게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. 실제로 운동으로 상승한 테스토스테론과 성장호르몬은 약 15분 안에 정점을 찍고, 1시간 안에 거의 기준치로 복귀합니다. 이 짧은 창이 근육 단백질 합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가 핵심입니다.
5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운동 후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와 실제 근육량, 근력, 근육 단면적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(출처: PubMed). 결과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. 호르몬이 높게 분비됐든 낮게 분비됐든, 근육량이나 근육 단면적과의 통계적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습니다. 저는 이 결과를 처음 봤을 때 "그럼 내가 스쿼트에 집착하던 이유가 없었던 건가"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근육 비대에서 호르몬의 역할을 다룬 논문에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. 외부에서 직접 주입하는 테스토스테론, 즉 스테로이드는 운동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수십 배 높은 혈중 농도를 만들고 그 상태가 만성적으로 유지됩니다. 반면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호르몬 상승은 고작 수십 분 만에 사라집니다. 근육 세포 입장에서는 이 짧은 신호를 단백질 합성(Protein Synthesis)에 의미 있게 쓰기에는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. 단백질 합성이란 아미노산을 원료로 새로운 근섬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하며, 이것이 실질적인 근비대의 핵심 메커니즘입니다.
- 운동 직후 테스토스테론과 성장호르몬은 빠르게 상승하지만 약 15분 내 정점, 1시간 내 기준치 복귀
- 56명 대상 연구에서 급성 호르몬 반응과 근육량·근육 단면적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 없음
- 스테로이드가 효과적인 이유는 높은 농도를 만성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며, 자연적 운동의 급성 반응과는 본질적으로 다름
- 단백질 합성을 실제로 이끄는 것은 기계적 긴장(Mechanical Tension), 즉 근육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
복합 다관절 운동이 답이 아닐 수도 있는 이유
제가 직접 겪어보니, 복합 다관절 운동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믿음은 꽤 많은 사람을 불필요한 고통으로 밀어 넣습니다. 스쿼트 폼을 잡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고, 그 사이 무릎과 허리에 크고 작은 불편함이 생겼습니다. 반면 레그프레스로 전환했을 때는 훨씬 일관된 자극을 유지하면서 훈련량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습니다.
일반적으로 스쿼트와 레그프레스의 호르몬 반응을 비교하면 스쿼트 쪽이 테스토스테론과 성장호르몬을 더 많이 끌어올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.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그 차이가 실제 근육량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다면, 폼 습득이 어렵고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운동을 억지로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. 점진적 과부하(Progressive Overload)라는 개념이 여기서 훨씬 중요해집니다. 점진적 과부하란 훈련 세션마다 중량, 반복 횟수, 세트 수 중 하나 이상을 점차 늘려가며 근육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는 원칙입니다.
미국스포츠의학회(ACSM)는 근비대를 목적으로 한 저항 훈련에서 점진적 과부하와 충분한 운동량 확보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합니다(출처: 미국스포츠의학회(ACSM)). 복합 운동이든 단관절 운동이든, 이 원칙을 얼마나 꾸준히 적용하느냐가 결국 근성장의 폭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.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. 어떤 운동인지보다 그 운동을 얼마나 오래, 얼마나 일관되게 할 수 있느냐가 훨씬 직접적인 변수였습니다.
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시기를 돌이켜보면, 스쿼트를 열심히 해도 몸의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. 반대로 운동 강도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수면 7~8시간, 체중 1kg당 1.6~2.2g의 단백질 섭취를 함께 챙겼을 때 몸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. 회복(Recovery)이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손상된 근섬유가 재합성되는 과정 그 자체이며, 이 단계가 부실하면 아무리 강한 자극을 줘도 근비대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.

정리하면, "운동 중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나오는 운동이 최고다"라는 공식은 과학적으로 상당히 약한 근거 위에 서 있습니다. 제가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. 부상 없이 오래 할 수 있고, 중량을 꾸준히 올릴 수 있으며, 단백질과 수면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루틴이 어떤 '호르몬 최적 운동'보다 훨씬 강력합니다. 복합 다관절 운동이 몸에 잘 맞는 분이라면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.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머신이나 단관절 운동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. 중요한 건 어떤 운동을 고르느냐가 아니라, 그것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입니다.